정치 이야기

노무현의 행정수도 이전 vs 윤석열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아침마당 2022. 3. 20.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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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무현 대통령 때 민심은 과연 좋았었나 

'노무현'이라는 이름 석자를 시시 때때로 올리는 민주당 열성 지지자들을 볼 때마다 헛웃음이 나올 때가 많다. 특히 노무현 성대모사까지 하며 좋아했던 나로서는 지지율 10%일 때도 속으로만 좋아했었다. 그러나 그때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 글이 올라올 때쯤해서 진보를 자처하는 이들은 노무현을 비판하지 않는 지식인은 지식인이 아니라는 식으로 엄청난 비판을 해댔다. 거기에는 집권 5년 동안 대통령 스스로 자처한 면이 있다. 그게 노 대통령의 업보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진보 진영에서는 한미 FTA 그리고 수도 이전, 이라크 파병과 같이 진보 대통령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판단되는 일들을 추진했기에 욕을 했고, 보수 진영에서는 이런 정책에 대해서는 찬성하면서도 기본적으로 '레드 컴플렉스'를 동원하며 노 대통령을 비난했다. 그리고 그가 검찰 수사로 서거하고 영화 '변호인' 등을 통해 신화가 되자 '노무현'이라는 이름 석자는 진보를 결집시키는 매개체가 되는 동시에 신화가 됐다. 

 

2.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왜 높은 수준을 유지했는가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대통령이 됐다. 집권 5년 동안 어떤 업적을 세웠나 생각해보면 아득하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새로운 동력을 이끌어내고자 했으나 실패했고, 이후 '코로나 방역 넘버 원' 전쟁 치르다 임기는 끝이 났다. 그럼에도 대통령 지지율은 노 전 대통령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왜 그럴까. 이는 지지층에게 반감을 살 만한 정책은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을 이루었는가 생각해보면 사실 안타깝게도 생각나는 것이 없다.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대립 등 정치적 피곤함을 증가시킨 사건들만 떠오를 뿐이다. 

 

3. 노 대통령은 자신의 신념을 실천했다 

노 전 대통령은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했다. 헌재에서 위헌 판결이 나며 무산되고 이후 행정수도 대신 행정복합중심도시로 변경해 세종시 이전을 추진했고, 이와 더불어 지방분권을 모토로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했다. 지인 중에도 공공기관 이전에 따라 주말부부를 하게 돼 투덜거리는 분도 있는가 하면, 제주도로 주말부부로 사는 사는 분도 있고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그러나 공무원이라도 지방을 안 가면 누가 지방에 갈 것이고 지방 경제는 어떻게 살아날 것인가. 행정학을 배우게 되면 지방분권, 지방자치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못이 막히도록 배우게 되는데 이를 현실에 옮긴 사람은 다름아닌 노무현이다. YS 정부에서 지방자치제도를 실시하고 이렇다할 지방 정책들이 없었다. 이렇게 떠올려보면 문재인 대통령은 시대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려고 어떤 노력을 했는지(정말 남북 관계 밖에 없었는지) 아쉬울 따름이다. 

 

4. 그릇을 깨는 사람이, 역사를 바꾼다 

윤석열은 노무현을 좋아한다고 했다. '구럼비 마을'로 논쟁이 많았던 제주해군기지(강정마을)를 찾아 노 대통령을 떠올렸다고 했다. 비록 반대되는 일이라고 해도 자신의 신념이라고 생각하는 걸 추진했던 노 대통령을 생각하며 목이 메인다고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 장면을 보고, 이 사람의 정치적 진정성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게 됐다. 그냥 표를 얻기 위한 말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은연 중에 튀어나오는 그런 말들은 기본적인 생각이 없이 나오기는 어렵다. 그도 대한민국을 새롭게 디자인 해보고 싶은 것이다. 나 역시 계속 도전하면서 살아온 삶이였기에 기본적으로 도전하는 삶에 응원을 한다. 

 

5. 오늘 설명을 보니 납득이 가기 시작했다. 

해서, 윤석열 당선인이 오늘 용산 집무실 이전과 관련한 브리핑을 실시간으로 봤다. 크게 2가지가 문제가 된다. 일단, 당선인 신분이라 현직 대통령이 예비비 499억원 집행에 관해 승인해야 하는 점, 그리고 국회에서 예산안과 관련한 법률이 통과가 돼야 하는데 둘 다 만만치가 않다. 그러나 이런 형식적 문제를 차치하고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을 위해 이를 꺼내 들었다는 당선인의 말을 보며 '으잉?' 싶겠지만, YS 정부부터 이를 꾸준히 추친해오다가 문재인 대통령 때도 광화문 대통령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걸 문제를 부딪히고 이것이 좌초됐다. 경호 문제를 비롯해 반경 n Km 내 유무선 통신 차단 등이 큰 이유가 됐을 것이다. 그럼에도 하는 이유를 들어보면 청와대에서 벗어나야, 공간의 지배를 받지 않게 되고 시민들과 좀 더 가까워 진다는 이유를 들었다. 민주당에서는 고도 제한 문제부터 용산의 지리적 문제, 국방부와 대통령 집무실을 함께 쓸 때 안보의 문제 등을 들어 극렬하게 반대할 것이다. 건진법사가 자기 딸을 가둔 박통의 원혼이 서려있어 청와대로 가면 터가 안 좋다는 말을 했을 것이라는 그 말 돌긴 한다. 그러나 이사 할 때 점집 가서 물어보는 걸 감안하면 그정도도 할 수도 있겠다고 싶다(나는 개인적으로 점집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부친은 굿을 몇 번 하긴 했다.) 

 

6. 공과는 결국 나중에 가려질 것이다 

나중에 그 문제가 생기면 그건 그대로 윤 대통령 자신이 그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면 될 일이다. 그때 왜 졸속으로 추진했느냐, 왜 이런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느냐, 다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의 말처럼 청와대로 들어가면 그 공간에 지배를 받기 때문에 결국 청와대 이전은 무산되고 말 것이다. 한 번 이전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천문학적 액수 운운하지만 언제 실패한 남북정상회담 비용에 대해서 우리가 따진 적이 있으며, 실패한 나로호 발사에 따른 실패 비용에 대해 책망한 적이 있던가. 무언가를 하려는 사람에게, 그것이 개혁으로 가는 방향이라고 주장하니 이를 조금이나마 고려해보고 생각하면 지지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노무현이 바로 그러했었기에.